요즘 여러 이유로 몇 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한 권에서 몇몇 부분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사흘 전 베들레헴에서 저는 갓 태어난 아기를 두 팔로 안았습니다 ... 아기는 길가에서 발견되어 성 빈센트 보육원으로 갔고 다시 성 가족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갈등의 폭풍에 휘말려서,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여러 제재 때문에 병원 직원들은 대부분 다음 달 임금이 나올지 안 나올지조차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하고 있었습니다. (62)

…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중 치료 병동에서 인큐베이터를 보고 있을 때 병원장인 로버트 타바쉬가 한 말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이 모든 시설이 있어야 하는 이유, 치료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63)

...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살림살이가 가장 결핍된 곳에서 풍요로움을 일구는 방식으로, 풍요로움이 넘치게 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말이지요 ...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물론 가난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64)

…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도와야만 할까요? 정치 상황이 어떠한지는 생각지 마십시오. 누구를 먼저 도와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이내 우리는 우리가 누구와 맞서야 하는지도 정해야 할 것입니다. (66)

... ‘가장 가난한 사람이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말은 성탄과 그 날의 복된 소식이 우리에게 가장 분명하게 전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67)

... 하느님의 눈에는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이 옳고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이 처한 비극의 심연을 살피시고 당신의 능력과 영광이 저 어두운 곳, 그 파멸의 심연에서 흘러 넘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68-69)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좋은 것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우리의 세계, 국가는 그러한 원리를 따라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힘으로는 앞으로도 이러한 원리를 이 땅에서 이루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바뀌지 않습니다. ‘저 위에서 내려온 진리’, 우리가 스스로 벌이는 총체적인 파멸과 하느님께서 벌이시는 충만한 회복에 관한 진리, 인류 가족이 직면한 수많은 가난과 직면했을 때에 우리가 행해야 할 진리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70)”

-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 <삶을 선택하라: 성육신과 부활에 관한 설교> (비아) 가운데.

제가 구성원 가운데 한 명으로 이어져 있는 그리스도교, 그 중에서도 성공회는 이런 맥락에서 ‘변함없이 행해야 할 진리’를 가르치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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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1/09 01:21 2018/01/09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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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짐작하기 어려운 낯선 길로 떠난다는 건, 대부분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시도하기 전에 가졌던 소중한 것들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렵고, 과감히 내려놓고 떠났을 때에 더 놀라운 은총과 마주할 때도 있기에 설렌다.

2018년 초에는 크게 세 가지 낯선 일을 시도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쯤, 나는 길찾는교회 식구들에게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 첫 번째는 우리가 2018년에 ‘두 번째 계절’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길찾는교회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을 ‘첫 번째 계절’ 그러니깐 ‘Season One’이라고 칭한다면, 그것은 ‘운동체’로서의 4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계절은 성공회 커뮤니티에서 좀 더 책임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되라는 안팎의 여러 요청이나 신호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는 소위 ‘환대하는 예배’, 그러니깐 일종의 길찾는교회 식 ‘Welcome Service’를 2달이나 분기별 1번씩 추진해 보자는 생각을 내비췄다.

세 번째는 두세 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도했던 ‘또 다른 길 찾기’.

그 동안 길찾는교회 안팎에서 성공회나 길찾는교회에 질문이나 애정이 생긴 분들과 함께, 주로 ‘비아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중심으로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했었다.

상호 존중과 식별에 기초하여, 무엇이든 질문하고 정직하게 대답한다는 전제로 함께했다. 그리고 원하는 분들은 그 과정을 ‘세례/ 이웃 교파 영접식 / 견진 공부 과정’으로 인정해줬다.

2월 정도에 그 동안 경험치를 정리한 뒤, 정기적인 ‘또 다른 길 찾기’ 과정을 셋팅하고 안팎에 있는 분들을 초대할 생각이다.

세 가지의 낯선 일들. 두렵고 설레는 길. 항상 낯선 존재들의 얼굴과 삶, 그 따스하고 거친 손과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찾아왔던 ‘내 님’은 이번에는 어떻게 속삭이시려나..

이제는 충실히 준비하고 기다리며 견뎌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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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1/05 01:42 2018/01/0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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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론을 배운다는 건 ‘하나의 도구’를 얻는다는 것이지 ‘정답’을 안다는 게 아니다.

최근에 ‘공공성’을 강조하며 ‘공공신학’이 한국 교회에 필요하다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낀 적이 별로 없는 ‘공공신학’이라.. ㅡ.,ㅡ;;

이를 비판하면 이론을 무시한다고 할 터이니 쉽게 말하기 어려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과거에) 신학자 누구는 그 현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저렇게 행동했다..’

난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현장에서 사람들과 제대로 부딪혀 본 적이 없는 분들이 가르치는 공공신학은 어떤 의미와 무게를 갖는 걸까. 대체 그 공공성과 공공신학은 뭘까.

맘이 답답해진다. 이론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그 이론이 현장에서 사람들과 온몸으로 부대끼지 않으면 그저 ‘그럴듯한 멋스러운 말잔치’에 가까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시기에 필요한 개념과 신학일 텐데, 이리 비딱하게 반응하니 미안해지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우리 안팎에 도사린 온갖 악과 싸우느라,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서 겨우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담아내지 못한 개념과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공공성이나 공공신학을 강조하며 가르치는 분들이 있다면, 현장에서, 그것도 그 현장에서 어렵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 냄새가 물씬 나는 일선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거기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이야기라면, 나는 내 돈을 내고서라도 찾아 들을 마음이 한가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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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캐오

2018/01/04 05:50 2018/01/0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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