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어느새.

어느새 내가 바라보는 어딘가를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단 걸 깨닫는다.

얼마 전까지 ‘답이 없는 현실’에 강하게 분노하고 이 따위 현실을 만들고 있는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스스로 위안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이런 현실에 대한 답을 논해야 하고,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자리에 서 있을 때가 많아졌다. 소위 ‘선배’라고 불리는 자리.

당신과 내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우리’라고 불리는 한, 어느새 내가 ‘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나는 달라’ 라는 명쾌하고 그럴듯한 표현이나 활동만 가지고는 변하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내게 가벼운 미소와 차가운 마음으로 질문할 거다. “그때 선배는 어디서 무얼 하셨나요?”

내가 누군가에게 ‘선배’라고 불리는 순간, 정말 내가 속한 공동체나 조직이 변해야 한다면, 그 안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지향이나 주장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부딪혀야 한다.

그리고 내가 힘이 없다거나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는 말은 ‘변명’일 때가 많다는 걸 기억하며 부딪혀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그 사람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며 변화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왜냐고? 이제 내 뒤와 내 곁에는 나보다 더 ‘힘이 없거나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후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사람들 말이다.

더 이상 누구 탓만 해서는 달라질 게 없는 시간과 자리에 서 있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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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6 02:18 2018/08/2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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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승무원’이란 이름에서 벗어나 이제는 종종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대들.

그러나 그곳에서도 지난 13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살아갈’ 그대들.

오늘따라 행사를 마친 후, 대책위 몇몇 분들과 우연히 만나 주고받은 소주 한 잔이 달고도 달게 느껴진 건 그 때문일 겁니다.

이걸로 완전히 끝난 건 아니겠죠.

공기업의 취업사기라는 고통 가운데 꼭 되찾아야 했던 직접고용은 이뤘지만, 아직 ‘승무직 복귀’라는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13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쌓인 아픔과 이야기를 풀고 씻어내야 하는 더 큰 숙제도 여전할 겁니다.

그러나 오늘 한 자리에 모인 그대들이 울고 웃는 걸 지켜보는 내내 ‘작은 희망’을 꿈꿔 봤습니다. 그 모든 숙제들도 잘 풀어가리란 ‘큰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그때마다 그대들과 함께 하시는 '연약하신 하느님’을 만나러 달려 오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숙제들이 있지만, 먼저 일상의 선물을 충분히 누리십시오. 그 가운데 마음과 몸을 잘 돌보십시오.

그렇게 더 당당하게 빛나는 그대들이 되리라 믿습니다 ^^

- 2018년 8월 22일, “KTX해고승무원 직접고용 어울림 한마당”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성공회 자캐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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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05:02 2018/08/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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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유효 기간과 한계.

요즘에는 몸이 안 좋으면 일과 생활에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까지는 소위 정신력, 뭐 이런 걸로 버티며 지내는 게 가능했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아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유효 기간과 한계’라는 게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러니 늘 귀하게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떠나 보낼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되, 모든 것에는 ‘끝’이란 게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내 곁에서 ‘따로 또 같이’ 동행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내 한계를 알기에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을 떠올려 본다. 내가 전부가 아닌 부분이라는 걸 기억한다. 어쩌다가 내가 ‘부각’되는 일이 있더라도, 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유효 기간과 한계라는 게 있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하나도 없다.’ 라는 엄니 말씀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 ‘공짜’가 아니었다는 걸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것과 함께.

[2018.08.20. 오후 09:40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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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1 11:46 2018/08/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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